13개의 질문과 답

질문: 데일리메디 최진호 기자 (2025년 2월 6일) / 답변: 조태호 교수

커지는 의료 AI 시장 -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Dr.TaehoJo


목차

  1. 의대 진로 선택 계기
  2. 의과대학에서 AI 연구 계기
  3.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연구 수준
  4. 의료 AI의 발전 및 신약 개발
  5. 국내 vs 해외 의료 AI 기술
  6. 각광받는 의료 AI 기술
  7. 연구 협력 및 어려움
  8. 기술적 우려 및 할루시네이션 문제
  9.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10.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견해
  11. 산업계, 학계, 정부의 역할
  12. 연구 및 개인 계획
  13. 마지막 말씀

1. 처음부터 의대에 목표를 두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배경이 있으신 건가요?

네, 저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 취업해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맡은 일이 엔지니어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버전 출시를 돕는 일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박사과정 유학의 기회가 열렸고, 저를 받아준 곳이 의과대학 내 의료공학과였습니다. 그때부터 의료 분야에 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2. 의과대학 교수님이시지만 AI 영역 확장도 눈길을 끕니다. 의과대학에서 AI 관련 연구,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지요?

저의 박사과정 테마가 단백질 구조 예측분야였습니다. 단백질 구조를 아는 것은 질병 기전과 신약 개발에 매우 중요한데, 구조가 복잡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상에서 아미노산 접힘 과정을 연구하게 되었고, 이때 마침 영상 처리 분야의 세계적인 대회인 이미지넷에서 딥러닝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성과를 보며 AI가 단백질 구조 예측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1월, 미주리대학교 지알린 챙 교수 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합류한 이후, 본격적으로 AI를 단백질 접힘 예측에 적용하는 연구를 했고,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1년 노벨상을 받게 되는 알파폴드보다 4년이나 앞선 연구였고, 더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우리 연구를 단백질 접힘에 AI를 도입한 최초의 시도 중 하나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AI는 제 연구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3. AI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연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갔고, 진단을 넘어 예방이나 치료도 향후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I는 학습을 위해 어떤 데이터를 입력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영상의학과에 있다 보니 처음에는 신경 영상 이미지로 시작했는데, 이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서 정확도가 더 높게 나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경 영상에서 변화가 보인다는 것은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의미이므로, 더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이것이 대사체와 유전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유전체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서 가장 이른 시기에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큰 데이터 차원과 부족한 샘플 수로 인해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를 해결하는 자체 알고리즘들을 개발할 수 있었고, 최근 유전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영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대사물질들을 동시에 활용하여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의료영역에서 AI 결합을 말할 때, 뉴스에서는 주로 진단 영역이 강조됩니다. 의료 AI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가장 발전한 부분은 어디인지요? 또한 신약 개발 단축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의료 분야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전자건강기록, 의료영상, 멀티 오믹스, 유전체 등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진단, 예측,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 AI의 도움이 절실해 졌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AI가 보여준 성과는 2024년, 결국 노벨상이라는 현실이 되었지요. 알파폴드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가 데이비드 베이커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는데, 알파폴드는 과거 실험적 방법으로는 구조 규명이 어려웠던 단백질들의 구조를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해 냈습니다. 예를 들어 알파폴드2의 예측 오차는 0.96Å(옹스트롬, 1Å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백만분의 1) 이내로, 이는 실제 실험으로 구조를 밝힐 때의 오차 범위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알파폴드는 예측한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공개하고, 소스코드도 공개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형과 개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과 약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모델, RNA 구조를 예측하는 모델, 나아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당연히 신약 개발 과정을 크게 단축시키고 있지요. 모든 일들이 알파폴드2가 단백질 구조 예측대회에 등장한지 겨우 수년만의 일입니다. 앞으로 의료와 제약 분야에 더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5. 국내 의료 AI와 해외 의료 AI 기술은 현재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국내 여러 의료 AI 스타트업들과 미팅을 해왔고, 저희 연구팀과 협력했던 기업 중에는 코스닥에 상장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바는, 국내 의료 AI 기술이 해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용화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신중한 검증 절차와 의료기기 인증, 보험 수가 책정 등 복잡한 규제 요건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의료 AI 기술은 기초 연구와 상용화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구하는 치매 분야처럼 상업성이 부족한 영역은 정부 주도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특히 미국은 이런 지원 체계가 매우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이 가진 강점입니다.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고, 한국인의 특성이 잘 반영된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 의료 AI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연구 기관들의 해외 협력이 더욱 강화된다면, 국내 의료 AI도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6. 현재 가장 각광받는 의료 AI 기술에는 무엇이 있으며, 선도하는 기업이나 병원은 어디인지요?

의료 AI의 가장 성공적인 적용 사례는 아무래도 환자 진료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시스템들이겠지요. 의료 영상 분석, 생체 신호 모니터링, 그리고 전자 건강 기록(EHR)을 활용한 예측 시스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듀크대학교에서는 AI 기반 패혈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는 환자의 생체 신호와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증상이 나타나기 36시간 전에 위험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패혈증 관련 사망률이 31%나 감소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구글 헬스와 베릴리가 개발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진단 AI는 안과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민감도 90.3%, 특이도 98.1%)로 질환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AI가 분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이렇게 AI가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면서, AI에 대한 의료계의 초기 우려와 저항이 상당히 해소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7. 교수님 연구 중 국가, 기업, 병원 간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병원이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여러 어려움이 따릅니다. 인디애나 의과대학은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주요 연구 과제들을 수주하며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와도 정기적인 협력을 통해 AI 기반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데이터의 표준화와 통합입니다. 각 병원마다 데이터의 형식이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종 간의 차이로 인해 데이터 해석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8. 과거 AI 관련 기업 주가 급등 시 ‘거품설'이 있었는데, 기술적인 우려는 없는지요?

(할루시네이션, 진료 현장에서의 실제 활용 가능성, 의사 대체 논란, AI 활용 시 주의점 등)

과거 AI 기업들의 주가 급등으로 인한 거품설은 이제 실질적인 기술 발전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있습니다. 특히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뇌 MRI 영상에서 해마 위축이 관찰될 때, 이것이 알츠하이머병의 징후인지 아니면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혹은 우울증이나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AI가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AI가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I를 의료 현장에서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데이터의 신뢰성이고, 둘째는 AI 시스템의 투명성입니다. 특히 AI가 어떤 근거로 특정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을 의료진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의료진들이 AI 시스템을 신뢰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여깁니다.


9. 위에서 언급된 의료 AI의 문제점과 우려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더 낮은 사고율을 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엄격한 검증과 규제가 필요한 것처럼, 의료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99%의 예측 성공률을 보이더라도 1%의 오진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AI가 여러 사례를 충분히 학습하고, 그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지속적인 검증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과, 적절한 제도적 규제, 그리고 투명한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는 결국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하며,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의료 현장에 안전하게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 의대 증원 문제로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무엇인가요?

의대 증원 문제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의사 부족 상황에서 의대 증원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의대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여러 과제들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미국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미국은 수차례 의대 정원을 늘렸음에도 여전히 의료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AMA)는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전공의 정원 확대와 학자금 지원, 메디케어 지불 개혁 등 실질적인 정책들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1. 한국의 의료 AI 발전을 위해 산업계, 학계,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정부 정책에서 제한해 주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산업계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고, 학계는 AI 기술의 효율성을 검증하고 공유하는 연구를 지속해야 하겠지요. 특히 정부는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규제를 설정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AI의 임상 적용 과정에서 안전성은 철저히 보장하되, 불필요한 규제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하겠지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 규제와 법적 틀도 함께 적절히 변화해서, 해외에 뒤쳐지지 않는 의료 AI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져야 된다고 여깁니다.


12. 업무적 또는 개인적으로 금년 계획에 대해 여쭙습니다.

제 연구의 초점은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기술을 확립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이 모두 조기 발견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저희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죠.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 치료제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기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특히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 저의의 연구가, 알츠하이머 병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AI 기술이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료진, 일반인 모두가 이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쓴 ‘모두의 딥러닝'이 한국의 첫 AI 입문서로서 7년 넘게 베스트셀러로 남아있고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AI의 미래 기술을 더 쉽게 설명하는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 AI 개발자, 일반인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AI는 의료를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다만,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AI는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협력하여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는 보조 도구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와 AI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여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에도 국내에서 임상 경험을 쌓으신 의사께서 합류하여 AI를 의료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하나씩 성과를 내시며 우리나라의 의료 연구 수준을 미국 의료 연구의 현장에서 보여주고 계시지요. 이러한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의사분들과 학생, 연구원 여러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의료 AI의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